요즘같이 피로가 쉽게 쌓이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엔, 자연의 재료로 만든 전통 보양식이 더욱 간절하게 느껴집니다. 한국에는 예로부터 계절과 체질에 따라 즐기는 다양한 보양식 문화가 존재했죠. 몸이 지치거나 기력이 떨어질 때, 어머니가 끓여주던 삼계탕 한 그릇, 추운 날 국물 맛이 끝내줬던 추어탕, 그리고 아버지가 특별한 날 데려가주셨던 장어구이까지—이 음식들엔 단순한 영양 이상의 따뜻한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한국 전통 보양식의 세계를, 재료, 효능, 조리법 중심으로 천천히 정리해보려 합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저의 경험도 곁들여 소개드릴게요.
여름철 대표 보양식 삼계탕
삼계탕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입니다. 어릴 적 여름방학이면 어머니가 초복이나 중복 즈음 커다란 솥을 꺼내 삶아주시던 그 삼계탕 냄새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더운 날에 뜨거운 국을 먹는지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몸속까지 에너지가 차오르는 그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기본 재료는 어린 통닭 한 마리에 찹쌀, 마늘, 대추, 인삼, 밤 등을 넣고 푹 끓이는 방식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정성’이에요. 예전에는 몇 시간을 걸려 솥에서 직접 끓였지만, 요즘은 압력밥솥이나 전기밥솥으로 40분 정도면 훌륭한 삼계탕이 완성됩니다. 인삼은 면역력을 올리고, 대추는 혈액순환에 좋고, 닭고기는 소화가 잘 되는 고단백 식품이죠. 입맛에 따라 국물에 소금을 살짝 넣거나, 부추나 들깨가루를 곁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복날이 다가올 때면 가족들과 다시 모여 삼계탕 한 그릇에 땀을 뻘뻘 흘리며 웃고 떠들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몸도 마음도 든든하게 해주는, 한국인의 여름 필수 음식입니다. 다가오는 여름 삼계탕 한그릇으로 다같이 면역력을 향상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을철 기력 회복 음식으로는 추어탕
추어탕은 사실 저는 성인이 되어서야 제대로 즐기기 시작한 음식이에요. 처음엔 미꾸라지라는 재료에 생소함을 느꼈지만, 가을 한복판 전라도 여행 중 들른 한 식당에서 먹은 한 그릇이 인생을 바꿔놨죠. 진하게 우러난 국물에 들깨가루가 고소하게 감돌고, 그 안에 부추며 무, 얼큰한 고춧가루까지 딱 그 계절에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어른들이 왜 즐겨드시는지 알겠더라구요!
추어탕의 핵심은 미꾸라지를 뼈째 갈아 만드는 데 있어요. 칼슘과 단백질이 아주 풍부하거든요. 조리법은 조금 손이 갑니다. 먼저 미꾸라지를 삶아 익힌 후 믹서에 곱게 갈고, 무나 배추, 부추, 토란줄기 같은 채소들과 함께 장시간 끓이죠. 지역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전라도식은 얼큰하고 들깨를 많이 쓰는 반면, 경상도식은 된장을 많이 넣어 구수하게 끓입니다.
피로 회복은 물론이고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기에,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 특히 제격입니다. 요즘은 미꾸라지 대신 ‘즉석 추어탕’ 제품도 많이 나오지만, 진짜 맛은 역시 직접 끓인 것에서 나옵니다. 가족을 위해 집에서 한 번 정성껏 끓여본다면, 보람이 두 배일 거예요.
체력 보충과 피로 회복에 좋은 장어구이
장어는 제게 있어 ‘특별한 날’의 상징이에요. 대학 입학시험을 앞두고 아버지가 데려가주신 장어구이집, 지금도 기억나요.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던 장어와 특제 간장양념의 냄새, 그리고 아버지의 묵직한 응원이 함께 떠오릅니다.
장어는 기력 보충과 피로 해소에 아주 좋은 식재료입니다. 단백질은 물론 비타민 A, E,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피부, 눈 건강, 혈액순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죠. 특히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 걱정도 적습니다. 조리법은 간단합니다. 손질된 장어를 숯불에 노릇하게 굽고, 소금구이나 간장 양념구이로 즐기면 됩니다. 저는 마늘과 생강을 다져 얹은 장어덮밥도 즐겨 먹어요. 먹고 나면 하루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요즘은 마트에서 손질된 냉동 장어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집에서도 간편하게 조리가 가능합니다. 캠핑 갈 때 숯불에 직접 구워 먹는 장어구이는 정말 별미니까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 번 경험해보세요. 맛뿐 아니라 기억까지 깊이 새겨지는 음식입니다.
한국의 전통 보양식은 단순히 몸을 회복시키는 ‘영양 식사’ 그 이상입니다. 가족의 정, 계절의 흐름, 삶의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담긴 한국인의 마음의 음식이죠. 삼계탕의 따뜻한 위로, 추어탕의 깊은 맛, 장어구이의 특별함까지. 이 모든 것은 경험으로 채워질 때 비로소 진짜 보양이 됩니다. 요즘처럼 바쁘고 지치는 일상 속에서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 보양식들을 찾아 즐기며 나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챙겨보세요.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 한국 보양식이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다시 일으켜 줄 거예요.